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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및 잡담

안녕 오랜만이네

by 말랑한곰탱이 2024. 4. 30.

오랜만에 블로그에 들어와 봤다. 관리도 전혀 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는 내 조그만 티스토리..ㅎ 군대에 입대해서 만들게 되었지만 전역 후에는 신경도 쓰지 못했다. 블로그 글 쓰는 것보다 재밌는 것과 할 일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변명..ㅎ) 24년 4월 현재 나는 렛서라는 AI 스타트업에서 NLP 엔지니어 인턴으로 근무 중이다. 참 생각해 보면 22년 7월 군대 전역 후에 약 2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이 글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나 자신의 생각 정리를 위해 쓴다.

굳은 열정과 체력을 품고 전역한 나는 바로 BOAZ라는 빅데이터 동아리서 1년동안 활동했다. 1주일에 2번씩 왕복 3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수원-신촌)를 6개월 이상 실행에 옮겼다. 이렇게 까지 했던 이유는 다름이 아닌 오직 '경험'을 위해서였다. 군입대 전 2년 동안 나는 그냥 같은 과 동기들이랑만 지내며 놀았다. 그게 재미있었고, 편했다. 하지만 군대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다양한 지역,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이야기해보니 세상은 넓고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렇게 우물 안 개구리였던 나는 우물을 나오고 싶어 했고 전역하자마자 실천에 옮겼다. 보아즈에서 엔지니어링과 분석 부문을 병행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내 시야를 키웠다. 

보아즈에서 분석을 병행하면서 AI관련 논문을 읽고 발표도 했다. 처음에는 뭐가 뭔지 하나도 몰랐고 어려웠다. 그 점이 나를 더 흥미롭게 했다. 'AI 너 뭐 돼?'라는 생각이 들었고 정복하고 싶었다. 그래서 결국 자대 학부 연구생으로 들어갔다. 신생랩이였고 교수님도 92년생으로 매우 젊으셨다. 첫 학부연구생으로써 연구실 세팅부터 하나하나 함께했다.(연구실의 큼지막한 냉장고를 직접 당근해서 가져왔다..) 처음에는 석사도 없다 보니 자연스레 교수님과 미팅을 되게 많이 했다. 교수님이 하나하나 공부해 볼 만한 것들을 알려주셨고 나도 처음 배우는 학문이 어렵기도 했지만 재미가 있어서 매일 밤늦게까지 연구실에서 공부했다. 논문을 읽는 것도 처음이고 영어로 강의를 듣는 것도 처음이었지만, 재미있었다. 어느 정도 기초를 잡은 후에는 바로 팀 단위로 특정 연구에 몰입했다. 하고 싶은 연구도 어느 정도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야 파악이 되는데 아직 그 정도는 아니었어서 교수님이 추천해 주신 주제로 연구를 진행했다. 'audio-visual sound source localization'이라는 분야고 영상에서 소리 내는 객체를 찾아내는 multi-modal AI 연구 주제였다. 처음에는 국내 저널이나 학회를 타겟으로 했다. 관련 논문을 모두 읽었고, 가장 최신 논문을 깃헙의 코드를 바탕으로 직접 실험도 했다. 거기에 우리의 아이디어를 더해 실험을 했더니, 어라? 성능이 올라갔는데? 결과를 들고 교수님께 찾아갔을 때 교수님 반응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눈이 휘둥그레지시면서 이거 국내 타깃이 아니라 해외 학회에 써보자고 하셨다. 그 당시에는 CVPR, ECCV, AAAI 등 학회 이름들도 잘 몰랐던 시기였다. 모를 때의 패기가 무서운 법이다. 그냥 쓰자니까 영어로 논문을 썼고, BK21우수학회 중 하나인 ACM MM에 논문을 제출했다. 리부탈 과정도 마친 후 결과를 기다렸다. 발표 당일 아침 7시에 교수님한테 전화가 왔다. Accept 되었다는 소식이었고, 정말 기뻤다. (사실 실감이 안 났다.) 그렇게 23년 11월 캐나다 오타와에 가서 발표를 하고 돌아왔다. 이렇게 연구에 흥미를 느낀 나는 현재 같은 주제로 다른 아이디어로 2024 CVPR에 논문을 제출했고, accept이 되었다. 오는 6월에 미국 시애틀로 2번째 해외 학회 발표를 하러 가게 되었다.. 

인생에서 쓴 논문 2개가 AI 분야 탑 티어 논문들이라니 내가 생각해도 정말 말이 안되긴 한다. 교수님께선 학부생으로 탑티어 2개 들고 있는, 심지어 CVPR 1 저자인 학부생은 전국 유일할 거라고 하신다. 그런데 기쁘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회의감도 들었다. 왜냐면 내가 쓴 논문 2개가 실제 AI 산업에 적용될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AI를 개발하고 싶다. 그래서 이대로 연구만 하는 것보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 실무를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NLP 분야도 경험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3월부터 렛서라는 AI 솔루션 스타트업에서 NLP 엔지니어로 6개월 동안의 인턴생활을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고객사가 해결하고픈 문제를 AI를 활용해 직접 개발하고 유지보수 및 컨설팅을 도와준다. 나는 이곳에서 현재 LLM을 활용하여 Application을 개발하고 있다. 마케팅을 도와주는 AI 플랫폼에서 13가지의 application을 주도하여 개발 중이다. 확실히 연구하는 것보다 재밌다. 몰랐던 기술 (langchain, langfuse, databricks, 등)들을 활용해서 기존 AI Foundation 모델을 활용하여 고객사에 맞는 AI로 finetuning 하거나 RAG, prompt engineering을 통해 원하는 답변이 나오도록 유도한다. 비록 내가 했던 연구와는 다르게 조금 하위(?) 클래스의 일이지만,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닌 기존 것을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한 만큼 내 성향과도 맞는 것 같다.

현재 AI 산업은 3가지로 나뉘는 것 같다.
1. GPT같은 Foundation 모델 개발
2. langchain이나 langfuse 같은 foundation 모델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Infrastructure 구축
3. Foundation 모델 및 Infrastructure를 바탕으로 AI application 개발

현재 1번은 피튀기는 출혈경쟁(gpt개발한 openai가 적자인 이유)이 일어나고 있고, 2,3이 초기 시장으로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이제는 AI foundation 모델 개발을 제외하고 2,3번은 ai researcher의 역할보다 software engineering의 역할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대에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요즘 AI 모집공고를 보면 대부분이 석사 학위 이상이다. 따라서 나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 AI 모집공고가 석사 이상이기 때문에 대학원을 진학하여 (재미없는) 연구를 2년동안 한 후 원하는 핏에 맞는 직무로 취업
- 학사 수준의 AI 엔지니어로 취업 후 경력 쌓기.

글을 쓰면서 생각이 정리되는 것을 실시간으로 느끼는 중이다. 생각 정리가 되버렸다. 급변하는 AI 시장에서 서두를 필요는 없다. 아직 4-1이기 때문에 4-2학기 학교를 다니면서 시장 파악을 한 후 그때 선택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지금은 하고 있는 인턴, 연구를 열심히 하고, 취업 및 대학원 진학을 위한 어학 성적만 취득하는 데에 집중하자.